환장시용 감금일지

2015. 5. 6. 15:48 | Posted by 진강

1일 : 


반항이 심해 손발을 묶어놓았다. 한참 있으니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길래 손발을 풀고 목줄을 채웠다. 안쪽에 가시가 있는 형태다. 화장실에 다녀온 뒤 목줄을 풀고 다시 결박했다. 어차피 바깥은 우주, 도주는 불가능하다. 나를 제압하고 우주선을 탈취할 확률은 없다. 불편한 지 자꾸 뒤척였다. 신경쓰이니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더니 묶은곳이 아프다는 둥 몸이 저리다는 둥 하여 뒤로 묶은 손을 앞으로 돌려주었다. 풀어줄 수는 없다. 해달라는대로 해주기 시작하면 어리광이나 늘지. 평생 지 애비 후광으로 고생 한 번 안 해 본 놈이다. 저놈도 빨리 상황 파악 하는게 서로 좋은일이다. 


2일: 


밥을 주니 이걸 어떻게 먹냐고 하길래 도로 뺏었다. 너무하지 않냐고 항의를 들었으나 대꾸해주지 않았다. 배고프다고 할 때까지 밥을 주지 않을 생각이다. 전시용은 철창 안에서 이쪽에 등을 보이고 돌아누웠다. 하루도 못 갈 자존심. 한 끼 이상 굶어본 적도 없을 걸.


3일 :


 밥을 달라기에 주었다. 그럴 줄 알았지. 그릇에 고개를 쳐박고 개처럼 먹었다. 이걸 어찌 먹겠냐 하더니? 라고 중얼거렸으나 들리지 않는 듯 했다.


4일 : 


씻고 싶다고 했으나 기각. 귀찮게 군다. 화장실에 보내주니 손발을 씻고 세수를 했다. 오래 걸리길래 목줄을 살짝 당겼다. 상처가 났다. 겁먹은 듯 하다. 말 수가 줄었다. 


5일 : 


특이사항 없음. 주는대로 먹고 누워있었다. 


8일 : 


먹고 자고 싼다. 씻고 싶다고 한 번 더 말했다. 결국 내가 욕실에 가서 보고 있었다. 신경쓰이는지 이쪽을 힐끔거렸다. 나라고 보고 싶어서 보고 있던 것은 아니다. 


9일 : 


내가 경계를 늦췄던가, 무슨 재주로 빠져나왔는지 비상 탈출용 우주선에 손대려는 것을 잡았다. 배에 한방 먹이자 기절해버렸다. 벗겨서 징벌방에 가두었다. 몇 시간 후 기진맥진한 것을 끌어내었다. 그나마 대우해주고 있었던 것을 모르고. 분이 풀리지 않아 의자에 묶어놓고 몇대 더 때렸다.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다 이내 그만두었다. 약해서 금방 기절한다. 철창에 던져놓았다. 


 11일 : 


아예 저항할 힘을 잃은 듯 보인다. 손발도 풀어놓았으나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. 밥을 먹지 않아 억지로 먹였다. 


 12일 : 


시험삼아 이것저것 시켜보았다. 하라는 대로 하기는 한다만 뭘 해도 서툴러서 쓸모가 없다. 되려 방해가 되기에 몇 대 때리자 잘못했다고 빌었다. 

도무지 쓸 데가 없어 그런 용도로 사용해보았다. 의외로 쓸만한 듯. 


13일 : 


뭘 해도 저항하지 않으니 심심해졌다. 대답은 하는데 쫑알대지도 않고 반쯤 시체같다. 일부러 아프게 다루자 몸에 힘을 주고 뒤틀다가 엉엉 울었다. 안에 아무거나 넣어보았다. 그만두라고 빌기에 그만 두었다. 


14일 : 


 기절할 때까지 매달아보았다. 너무 망가지지 않게 주의는 하고 있다. 


15일 : 


 전복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. 아끼는 자식이라 들었는데, 버린 모양이다. 


16일 : 


 우주선이 폭격을 당해 탈출하였다. 우주선이 폭파된 것을 보니 그 안에서 전시용도 같이 죽었을 것이다. 




“대감님. 찾았습니다. 무사하십니다.” 

“그래. 다친 곳은?” 

“약간의 치료는 필요할 것 같으나 어디가 부러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. 학대의 흔적이 있습니다” 

“알았다. 데려오게.” 


입원 후 이틀 후 전시용은 정신을 되찾았으나 납치된 보름간의 기억이 전혀 없었다.